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친구A는 경력 관리 여정을 게임 <디아블로>로 설명합니다.
나는 모든 몬스터를 죽이고 던전을 통과했어. 레벨업을 위해 필요한 경험치도 다 모았지. 그러고 나서 새로운 던전에서의 모험을 시작했어. 근데 몬스터들의 레벨도 같이 올라갔더라고! 이러면 레벨업 한 게 대체 무슨 소용이야? 🤦🏻♀️
여러분에게 있어 목적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여러분의 경력 관리 여정을 산악 지형을 가로지르는 여정에 비유해보겠습니다. 지도에는 이미 수많은 흔적이 표시되어 있을 겁니다. 어떤 흔적은 이미 수많은 사람이 지나간 듯한 흔적이고, 어떤 흔적은 또 너무 긴 편입니다. 일부 흔적은 살짝 흐릿하게 보여도 목적지에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힌트가 될 흔적일 겁니다.
하지만 지도에 모든 게 표시되어있진 않습니다. 흥미로운 목적지들은 오히려 흔적을 벗어나 새로운 길로 가야만 다다를 수 있죠. 만약 여러분이 아래의 그림처럼 이미 표시된 흔적들만 참조해서 다음 목적지를 선택한다면, 이미 여러 사람이 거쳐간 던전만 가게 될 것입니다. 그건 여러분이 실제로 가고 싶었던 목적지를 놓치게 할 거에요.
사진 출처: 타냐 라일리, 『개발자를 넘어 기술 리더로 가는 길』,김그레이스 옮김, 디코딩, 2023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여러분은 명확한 목적지를 알고 있을 수도,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여행하고 싶은 대략적인 방향을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아무 곳도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죠. 이번 글에서는 여러분이 현재 지점에서 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경력을 쌓는 것은 경력 사다리를 오르는 것, 연공 서열을 따르는 것, 지금보다 책임감을 더 갖추는 것, 권력이나 부를 늘리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흔적의 일부일 뿐이죠. 우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1. 여러분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스태프 엔지니어인 킨 신놋은 <경력 개발에 대한 내 생각>을 통해 우선순위 목록을 작성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있어 직업과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아래 킨 신놋의 예시를 참고해 나의 우선순위를 정해봅시다.
- 경제적 안정: 빚을 갚거나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는 것, 은퇴를 대비해서 저축하는 것 등 경제적인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유연한 일정: 돌보아야 할 어린 아이나 어르신 혹은 만성 질환이나 장애가 있다면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해주는 유연성 있는 업무 일정을 우선순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즐기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유 시간을 많이 주는 일정을 원할 수도 있죠.
- 성공의 롤모델: 동료들의 존경을 받는 것,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 또는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의 성공을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성공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주요 가치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 재미 추구: 멋지고 흥미로운 프로젝트, 즉 여러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고 싶을지도 몰라요.
- 경험 추구: 여러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성격이거나 여러분 스스로 대표가 되기를 원할 수도 있죠. 나아가서 궁극적으로는 기업을 설립하거나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자신감을 얻고자 스킬 역량, 경험 및 인맥을 구축하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거나,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서, 본인의 건강을 제대로 돌보고 싶어서 등 수많은 우선순위가 있을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현재 여러분 삶의 우선순위 목록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건 앞으로 향할 목적지를 정할 때 매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어디로 가야 할까요?
우선순위 목록은 여러분이 가려는 방향을 설정할 때 도움이 되지만,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여러분만의 흔적 지도를 그리고 몇 가지 마일스톤을 표시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먼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목표를 향해서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세부적인 단계를 계획해 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년 후의 여러분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 모습이 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른 지도와 마찬가지로 흔적 지도 역시 여럿이 함께 그리면 더 나은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경험만으로 지도를 그릴 땐 보이지 않던 길도 많은 자료를 읽고, 미팅에 참석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의 여정에 관해 물어봄으로써 새롭게 그려 넣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보이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됩니다.
어떤 길은 더 어렵거나, 더 위험하거나, 더 적은 지원을 받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가 그 길의 끝에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하세요. 현재 위치에서는 원하는 역할, 영향, 또는 생활 방식을 성취할 수 없다고 해도 여러분은 여전히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원래 경력을 쌓는 것은 긴 시간이 걸리는 법입니다.
3. 무엇에 투자해야 할까요?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때 까지 여러 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될 것입니다. 그럴 땐 목표를 이룬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항목을 물어보세요.
스킬 역량 강화
필자는 사람들이 함수 프로그래밍이나 말하기, 스토리텔링 등에 서툴다고 하는 것을 종종 접합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것보다 아직 레벨업한 능력이 아니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부터 모든 능력을 게임 <파이널 판타지>처럼 습득하고 레벨업해야 할 것들이라고 여겨봅시다. 게임에서 모든 임무는 여러분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점수를 부여합니다.
사진 출처: 타냐 라일리, 『개발자를 넘어 기술 리더로 가는 길』,김그레이스 옮김, 디코딩, 2023
올해의 능력치 포인트로 5점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내 목표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능력에 포인트를 부여해야 합니다. 파이썬 실력이 필요하다면 파이썬 스킬이 15레벨이 되는 데 투자할 수 있고, 조화로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자바스크립트나 다른 스킬 레벨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스킬을 추가할 수도 있죠.
세상에는 여러분이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은 기술이 존재하므로,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강력한 팀은 모든 기술을 골고루 다 잘하는 사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스킬을 보유한 각각의 전문가들로 구성되기 때문이죠. 만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이 있는데 여러분이 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불안해하지 마세요. 그것들은 단지 지금 갖추지 못했을 뿐이지, 영원히 갖출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아직 여러분의 능력치 포인트를 그 스킬에 투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어려운 스킬을 연습할수록 그 스킬은 결국 여러분의 장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스킬을 사용하는 데 드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스킬 역량을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 아닐 수 도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해당 스킬이 여러분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세요. 각자 쉽다고 느끼는 스킬이 다르기에 여러분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는 오직 여러분에게 달려 있죠.
인맥 구축
인맥의 도움은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부 기사에 따르면 70~85%의 일자리가 공고를 통하지 않고 인맥을 통해 채용된다고 합니다.
특히, 내부 프로젝트에서 리더가 필요한 경우, 주로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들 사이에서 추천 대화가 활발히 이루어집니다. 또한, 콘퍼런스에 강연자가 필요하거나 프로젝트에 유료 컨설턴트가 필요한 경우, 관계자들은 대개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하곤 합니다. 이렇게 인맥을 잘 구축할수록 다양한 이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고 기술 책임자인 이베트 파스쿠아는 본인의 칼럼 <동료의 도움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리더십 발휘하기>에서 내향적인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지 않아도 지속해서 인맥을 구축하는 방법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누구와 이야기하거나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작은 팁을 주고자 한다. 사실 우리 중에서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바로 팁이다.”
파스쿠아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이 흥미로워하는 특정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걸 추천합니다. 또한, 여러분에게 에너지를 주는 그룹과 커뮤니티에만 가입해서 그 사람들과 일대일로 대화할 것을 권하죠.
내성적인 사람들이나 사회성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대화 자체가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팁이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작가이면서 ‘사회화를 배우는 사람’인 바네사 반 에드워드의 <인맥을 구축하는 방법>이라는 기사를 보면 사람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는 어디에 서야 하는지, 사람들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지, 행사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등에 대한 팁을 배울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배움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역할 및 프로젝트 선정
사실 스킬 역량, 가시성 및 인맥을 구축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를 업무의 일부로 만드는 것입니다. 시간을 투자할수록 그 모든 것을 더 잘하고, 전문성을 더 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스토리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5년을 소비하면 그다음부터는 스토리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스킬 역량을 보유하게 되고, 관련 업무 경험을 이력서에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분의 전 직장 동료들은 스토리지 전문가를 고용할 상황이 되면 여러분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경험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대기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중소기업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또, 어떤 경험은 매니저가 되어야 배우기가 더 쉽고, 실무 차원에서 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도 있죠. 만약 어떤 경험이 필요할지 잘 모르겠다면, 여러분이 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거나 여러분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어떤 중요한 경험이 그들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주었는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오픈 소스 기여, 기사 작성, 영상 및 콘퍼런스 강연 등으로 외부의 명성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외부 활동은 보통 선택 사항이지만, 여러분이 특정한 역할이나 연줄을 찾을 때 놀라울 정도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는 업계 전반에 걸쳐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외부 활동을 많이 수행할수록 여러분은 소위 ‘공인’이 된다. 공인 활동은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한 활동입니다. 즉, 이는 여러분의 능력치 포인트를 사용하는 곳 중 하나죠.
기회를 제안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수락할 필요는 없지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면 그 기회를 헛되이 버리지 마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것을 수락했다면 최선을 다해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 가입했다면 이야기할 때 논쟁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여러분이 좋은 인성을 갖고 있으며 침착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며 유능함을 드러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 글은 『개발자를 넘어 기술 리더로 가는 길』 도서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타냐 라일리가 자신이 겪은 고민과 경험을 토대로 기술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모든 개발자에게 제시하는 해답은 아래 도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